미니멀리즘

능력의 한계를 안다

10 Sep 2025

나는 기타를 잡은 지 꽤 오래되었다. 오래 쳤다고 하지 않은 것은 정말로 잡기 시작한지가 오래되었을 뿐 잘 치지 않았고, 또 못 치기 때문이다. 기타를 잘 치는 사람들 중 가끔 “베이스는 기타를 못 치는 사람들이 치는 거잖아?”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사실은 드럼과 베이스라는 악기에 끌렸으면서 상대적으로 멋있어 보이는 기타를 선택해 잘 치지도 못하면서 계속 붙들고 산지가 거의 20년이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데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그리고 피아노 자체의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건반도 같이 붙들고 있다가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면서 그나마 피아노는 먼저 놓아주었다. 하지만 기타만은 계속 해보겠다고 몇 번이나 결심을 하고도 결국 잘 못 치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안치게 되어서 기타를 볼 때마다 슬프기까지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베이스가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생일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베이스를 선물했다. 기타를 치다가 베이스를 치니 훨씬 쉽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진도가 빠르게 나가고 연습하면 실력이 확확 느니 신이 났다. 이제는 “기타를 못 치는 사람이 치는 게 베이스 아냐?” 라는 말 같은 건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내가 재미있게 느끼면 그만 아닌가?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너무 다행이다.

너무 오래 안 풀리는 것이 있다면 난이도를 조금 낮추거나 다른 것을 찾아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솔직히 생각해보면 기타를 잘 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원래 좋아하는 것은 노래 부르기였고, 노래를 위한 기타반주정도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있었지만 솔로연주나 블루스 잼 같은 것을 멋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연습을 안 하니 당연히 실력이 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욕심만 가득했던 것이다. 나에게 더 잘 맞는 재미있는 악기를 찾고 즐기니 인생이 훨씬 즐거워졌다.
포기가 실패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 잘 맞고 행복한 것을 찾는 인생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