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10분 달리기

25 Mar 2026

나는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은 사람치고 행동이 빠른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생각이 행동이 되기 전에 이미 지쳐, 행동할 의지력을 잃어버린 채 생각만 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나를 움직이게 한 10분의 힘.

몸은 기계와 같아서 많이 쓰면 닳는다는 이야기를 한동안 믿고 지냈다. 완전히 움직이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안 움직여도 된다’는 말로 마음대로 해석했고, 실제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하던 시기라 집 밖을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날도 많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쓸데없는 것들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샤워 시간은 타이머로 재서 10분 미만이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썼다고 안도하는 이상한 인간인 나는, 운동에 한 시간을 쏟느니 가만히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게 잘 맞는다고 믿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1시간은커녕 1분도 운동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고, 정신 건강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운동을 하고 싶었다. 심지어 잘하고 싶었다. 탁구 교실에 가보기도 하고, 테니스 클래스에도 등록했고, 심지어 복싱은 가격이 곧 오른다는 관장님의 말에 홀려 무려 1년치를 선지불하고 꾸역꾸역 다녔다. 잘하지 못해서였을까. 시도했던 운동들은 모두 별로 재미가 없었다. 요가를 등록해 놓고는 끝나고 뷔페에 가서 저녁을 먹는 만행도 저질렀다. 필라테스는 남은 횟수를 포기하고 가지 않았던 적도 있다.

이런 시도는 어렸을 때 해보고 잘 맞는 운동을 미리 찾았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런 후회는 해봐야 더 우울해질 뿐이다. 다행히 아무 생각 없이 갔던 아파트 헬스장에서 딱 10분. 10분만 참고 달려보자고 마음먹고 첫 시도에 성공하고 나니, 그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똑같이 하기가 쉬웠다. 30분을 서서히 걸으며 헬스장에 있을 때는 별로 운동이 되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10분을 집중해서 뛰고 나니 땀도 흐르고 개운했다.
10분만 참고 달려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라토너 조안 베노잇은 어릴 때 달리기가 그녀에게 자유를 느끼게 해주었다고 한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도심이라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잠시 뛸 뿐이지만, 이 짧은 시간이 나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주어 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