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리 사인펠드 라이브

2024년 6월 19일

1989년에 나온 사인펠드라는 시트콤을 아시나요? 주인공인 제리 사인펠드의 스탠드 업 코미디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제리 사인펠드 역을 맡은 제리 사인펠드 외에는 실존 인물이 아니죠. 이름은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극 중의 사인펠드도 캐릭터이고요. 너무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더 이상 볼 게 없을 때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그들의 불평과 짜증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즐거워했는지도요.
그는 지금 70살이 되었는데 솔직히 조금 걱정했습니다. 사인펠드 시트콤 속의 젊은 분위기를 마음에 간직하며 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유명인을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도 더 커서 다녀왔는데 잘한 것 같습니다. 나이는 누구나 먹는 것이며 70살이어도 이렇게 날카롭게 세상을 보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요. (저렴한 좌석이라 무대와 멀어서 가까이서 보지 못한 효과도 컸던 것 같습니다)

제리 사인펠드 브리즈번 라이브
오프닝 공연은 마리오 조이너였는데 너무 길지도 짧지도, 너무 형식적이지도 너무 무례하지도 않은 정말 적절한 시작을 해주었습니다. 브리즈번 시내를 돌아다니면 느낀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내서 공감을 일으키고(흑인을 보기 힘든 것과 울릉가바 이름으로 농담)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도 없는 62세의 삶이 얼마나 멋진지 (이것 또한 너무 자랑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끊어내더군요) 이야기했습니다. 외모도 정말로 멋졌어요! 참고로 사인펠드는 45세에 결혼했으며 수많은 타협이 있어야 함에도 결혼한것이 나쁘지 않다고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공연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극과극인 게 신선했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든 같이 투어를 하는 것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콤비가 되어 엮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미국인가!’ 멋지다는 두 사람 다 각자의 삶에 행복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뜻하지 않게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괜찮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공연이었습니다.